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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문용린 교수의 죽비소리] 아이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라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데 인색한 사람이 많습니다. 부모는 특히 아이에게 일방적인 훈계를 내뱉기 일쑤이고요. 대화라는 구실 아래, 아이를 놓고 일방적으로 훈계를 하거나 타이르고, 으르고, 달래고, 혼내는 일이 흔하지요.

한 번 돌이켜 보세요. 먼저 아이와 대화할 때 말할 기회를 제대로 주었나요? 많은 부모들이 문제가 생기면 아이에게 자기 생각을 설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도리를 설명하거나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려 버리지요. 이런 일이 한두 번 쌓이기 시작하면 아이는 마음의 문을 닫고서 부모와 대화를 피합니다.

그렇게 되면 어느 순간부터 부모의 말은 아이의 마음을 파고 들지 못하고 그냥 겉돕니다. 벽이 생긴 것이지요. 자녀 교육의 상당 부분이 대화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을까요.

부모와 아이 사이에 대화의 벽이 생기고 나면, 이를 허물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벽이 생기지 않도록 항상 노력해야 하는데 '경청'은 그것을 가능하게 해 줍니다.

중국에 '말을 할 줄 아는 것보다 들을 줄 아는 것이 낫다'라는 속담이 있지요. 훌륭한 카운슬러는 상담을 할 때 입을 다문 채 계속 듣기만 한답니다. 그러니 어머니들도 아이의 말을 들을 때 적극적으로 들어 보세요. 그러면 깜짝 놀랄 일들이 벌어집니다.

아이의 말을 경청하면 부모는 아이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되고, 아이가 세상을 보는 관점도 소중하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아이는 부모가 진심으로 자신을 존중해 주고 있음을 느끼고 무한한 힘을 얻게 되며, 부모의 생각과 조언을 마음 깊이 새기게 될 터이고요.

부모와 아이가 경청을 통해 서로의 마음 속에 들어가 더 큰 친밀감과 사랑을 느끼게 되는 것이랍니다. 이런 사이가 되면, 아이는 부모가 전달하고자 하는 사랑의 가르침을 저절로 따라 가게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부모라면 반드시 익혀 두어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경청의 기술입니다.

그런데 부모들이 잘 못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듣는 일이지요. 부모는 아이를 바른 길로 인도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책임감이 앞선 나머지 아이가 어긋난 행동을 하면 그 즉시 시정해 주려고 합니다. 부모로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요. 그렇지만 아이의 말을 다 들어 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판단해서 아이에게 지시를 하는 것은 결코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아이가 말을 할 때 부모는 잠깐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억누른 채 아이의 말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아이의 생각이 어떤 것이든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네 생각을 말해 보렴. 엄마가 다 이해해 줄게."

이렇게 안심시켜 말문을 열게 하세요. 그 다음 단계가 더 중요합니다. 아이가 주저하다 이야기를 시작하면, "그럴 줄 알았다니까.", "또 그 말이야!"라며 그 말을 중간에 싹둑 자르지 말라는 얘깁니다. 만일 그 순간 엄마가 아이의 말 할 기회를 빼앗아 버리면, 일단 속은 후련할지 몰라도 아이는 자신의 말을 건성으로 듣는 엄마의 마음을 알아차립니다.

'듣지도 않을 말을 내가 왜 하지?'

이렇게 꽁해지면,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리게 될 테니까요.

제발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들으세요. 부모가 적극적인 듣기를 실천하면 아이는 대화를 통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분석하면서 발전적인 결론을 이끌어 낼 것입니다. 아이 스스로 잘못된 행동을 고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불과 몇 분입니다. 그 시간엔 아이의 말을 중간에서 자르지 말고, 고개를 끄덕이며 끝까지 들어 주세요. 아이의 말을 다 듣고 난 뒤에 부모의 의견을 말해도 늦지 않습니다. 단지 몇 분만 인내심을 발휘해서 경청해 주세요.

그러면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아이의 진심을 발견하거나, 아이에 대한 공감이 벅차 올라 부모의 생각이 변할 수도 있어요. 경청하는 부모의 인내 속에서 아이는 진지한 반성과 성찰의 계기를 발견할 수 있고요.

부모의 경청이 아이 스스로를 변화시키게 합니다. 단지 듣고만 있어도 당신이 바라는 아이의 모습이 기적처럼 나타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소년한국> 2010년 9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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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나가 태어난지 이제 27개월.
날이 갈수록 발음도 정확해지고, 사용하는 어휘도 많아지고, 재잘재잘 말도 많아졌다.
대개 내 쪽에서 말을 걸어주면 해나는 열심히 대답하는 편인데, 
바쁘게 집안일을 하고 있을 때, 퇴근 후 피곤함에 만사가 귀찮을 때에는 일일이 대꾸하기 힘들 때가 있다.
오늘 이 칼럼을 읽고 뜨끔했다는...
Good Listener가 되도록 애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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